김혜정 지음 | 국판 (148*210) | 167쪽 | 값 11,000원 | 발행일 2020년 11월 25일 | 펴낸곳 바람의아이들 | ISBN 979-11-6210-097-4
모나크 나비
극한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십대들의 표정과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는 단편집 『모나크 나비』
청소년기는 낙엽 구르는 것만 봐도 웃을 정도로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시기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슬픔과 외로움, 열등감 등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막 스스로와 세상에 대해 알아나가는 시기이니만큼 상처 입고 좌절할 일도 많다. 모든 소설은 승자보다 패자에, 강자보다 약자에 감정이입을 하는 편이고 우리의 청소년소설도 십대들의 고통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여 왔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웃을 준비와 울 준비를 동시에 하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슬픔을 이야기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혜정의 『모나크 나비』는 극한의 슬픔과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 이야기를 듣는 청소년 독자들의 표정과 정서를 세심하게 살피는 단편집이다.
6편의 단편을 수록한 이 작품집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죽음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다. 표제작인 「모나크 나비」는 어린 시절 첫사랑의 죽음이 드리운 어둠 속에서 헤매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아의 죽음 이후 남겨진 두 남자아이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허깨비 같은 삶을 이어간다. 누군가의 죽음 이후에도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다. 수시 원서를 쓰고 논술 시험 대비를 하는 등 당면한 일상의 과제가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물론 도서관 열람실에서 느닷없이 울음을 터뜨리는 중년 남자처럼 슬픔과 고통은 언제나 잠복되어 있으리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기대수명보다 오래 바다 건너 여행을 떠나는 ‘모나크 나비’의 삶에 대해 경외감을 갖는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모나크 나비」는 세상을 떠난 지아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삶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